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 교사의 똥

[김헤규] 2011년 개봉했고 모하메드 팔라그가 주연한 영화 ‘라자르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코미디 장르로 분류되었지만 어느 구석에도 코미디적 요소는 없었다. 영화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어느 초등학교가 배경이다. 맑고 푸른 자연환경과 선진교육정책으로 한국의 유학생과 교육이민이 몰리는 곳. 하지만 영화 속의 캐나다는 결코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사람이 사는 동네에 문제가 없는 곳이 없지만 그곳도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인공 라자르는 알제리 사람이다. 과거 우리만큼이나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알제리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라자르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부인과 두 아이를 가진 평범한 남자였다. 평온했던 그의 가정은 부인이 저술한 책이 불온서적으로 분류되면서 파란이 일었다. 극우테러분자들은 끊임없이 그와 부인을 위협했고 결국 테러와 방화로 가족들이 몰살되었다.

라자르의 캐나다 이민은 분노와 상실, 절망의 도피였다. 경력을 속이고 임시교사를 지원했던 것도 교육에 대한 애정보다 교사였던 부인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교단에 선 라자르가 캐나다 교육현실과 마주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마주한 학교에는 답답한 현실에 절망하는 학생들과, 이상을 잊고 폭압과 억눌림을 당연시여기며 연명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현실은 절망적이었지만 라자르는 용기 있게 문제의 본질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쩌면 ‘처음’ 이라는 단어가 그에게 용기를 주었는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라자르의 노력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그의 울림은 세상과 아이들을 바뀌게 했다. 이것이 영화 줄거리다. 

옛사람들은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참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교사는 지식 뿐 아니라 이상과 삶을 나누는 존재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 하나하나에 긍휼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생명에 담긴 참된 가치와 의미를 함께 찾고 각자의 생명 속에 담긴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이고 이론일 뿐이다. 학교 현장에 뛰어들면 이상과 사뭇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의무교육에 따라 입학한 중학교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요즘 아이들에게 ‘나’는 존재하지만 ‘우리’는 없다. 친한 친구와는 나누지만 모두 함께 나누는 데는 무척 서투르다.

자신의 인권에는 민감(敏感)하지만 교사의 교권이나 타인의 인권에는 무감(無感)하다. 개성은 있으나 인성이 부족하다. 세상은 이런 아이들을 교사에게 맡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도 가르치고 인성도 가르치며 도덕과 윤리, 예절도 가르쳐야 한다. 밥상머리에서 부모가 가르쳐야할 기본적인 것조차 가정이 하지 못하니 교사가 담당하라고 한다. 학교가, 교사가 학생들을 전인적 인간으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사회에서 누가 하냐고 말한다.

그러다가 열정이라도 내서 훈육하거나 학생들이 맘에 들지 않는 교사를 미투라도 하면 모든 책임은 교사가 덮어 쓴다. 근래 교육현장에서는 교사의 ‘열정 자제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열정으로 가르치고 학생지도를 하다가 실수해서 미투라도 당하면 학교에서 쫓겨나니 조심하자는 운동이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일과가 끝나면 파김치다. 개학 후 두 세 달만 지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방학이 가까워오면 바닥에 눕고 싶어진다. 지난 해 청와대게시판에 ‘방학 중에도 월급 받는 교사들을 학교에 출근시키자’는 국민청원이 있었다는데 나는 그 사람에게 교직의 특수성을 알고서 하는 말이냐고 묻고 싶다.

이렇게 힘이 들고 끊어 오르는 화를 참다보면 내장에 열이 높아진다. 먹은 음식이 잘 삭아서 영양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포화 상태로 대장에 흘러들어간다. 그런 똥은 묽다. 냄새도 심하다. 똥개도 싫어한다. 스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스승의 날, 지식장사꾼으로 전락한 필자의 넋두리다.

교육의 기초는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 없이 참교육은 어불성설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대면하고 밥 먹고 뒹구는 과정에서 인간다운 도리와 생각, 삶의 가치와 태도를 배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핵가족 사회에서 부모는 바쁘고 피곤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생활과 사교육에 시달려 파김치 상태다. 개중에는 가정이 붕괴되어 정서가 불안한 아이, 외국인 학생, 다문화학생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한다. 학부모와 교육당국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식교육 뿐 아니라 가정에서 담당해야할 정서교육, 인성교육까지 시켜 전인적 인간을 만들어내라고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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